Shean.T(션티) [253967] · MS 2008 (수정됨) · 쪽지

2020-12-23 20: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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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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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랫동안 오르비에서 출판 및 현장 강의를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며

이제는 대성마이맥에서 인강을 시작하는

션티입니다.


 얼마 전 심찬우 선생님께서 작별 인사를 하시며 20대 중후반 인생을 바꾼 키워드로 오르비를 꼽으셨죠. 동년배의 강사로서 저 또한 제 20대 중후반, 그리고 현재까지 오르비가 제 삶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그 기반으로 이제는 새로운 돛을 달고 항해를 시작하기에, 그 소회를 의식의 흐름으로, 길지 않게(hopefully), 한 번 적어볼까 합니다.


 간간히 말씀드렸던 것 같지만, 모든 것의 시작은 2015년 10월 과외 학생들 마무리 교재로 만든 KISS EBS를 오르비에 일부 배포하고, 또 전자책으로 판매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두 달 간 늦은 새벽까지 카페에 살며 제작하였고(네 그 당시 만났던 여자친구가 ‘이런 거 누가 본다고 이렇게 고생하고 있어’했던..), 오르비에 올려보자. 많이 사랑해주면 당연히 좋고, 아니어도 과외학생들에게 내가 최선을 다한 교재를 선물한 것이니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심산이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정말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습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습니다. 당시 교대오르비에서 연락이 와서 강의를 하기 시작했고, 그 해 KISS EBS N제를 시중 출판했고, 마지막 한 달 오르비북스 1위를 고수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진로를 제대로 결정해야 할 때가 왔었지요. 20 중반 생계유지를 위해 과외를 했었고, 나는 과외 학생들에게 내 최선,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자료를 제작하고 올린 것 뿐인데 그것이 나름 잘 되었고, 이 상황에서 나는 정말 ‘수능영어 강사’라는 직업을 제대로 추구해볼 것인가, 아니면 EBS 변형 출판은 부업(?)으로 삼으면서, 다른 진로를 갈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해봤으나, 고민은 답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행동’만이 답을 줍니다. 즉, ‘직접 해봐야’ 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저는, 오르비에서 EBS 선별/변형 교재를 내는 사람이었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허나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외가 아닌 ‘강의’를 했을 때 과연 나와 맞는가, 과연 내가 잘할 것인가 알아야 했습니다. 방법은 하나였습니다. ‘최저가’ 강의를 하자. 그렇게 4회에 5만원이라는 거의 무료 강의를 대치오르비와 1년 간 진행했습니다(이 강의를 허락해주시고 또 그 당시, 지금까지도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첫 1년은 1년 ‘내내’ 수업료 인상 없이 그렇게 수능을 마무리 했습니다. 부족한 점이 정말정말 많았지만, 그래도 나랑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은 충분히 있었습니다. 분명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지만, 강의할 때는 나름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객관적으로’ 저를 철저히 탐구, 분석했습니다. 가능성이 있는가. 단점은 이야기를 잘 푸는 달변가가 아니고, 재미있게 말을 못한다는 점.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친해지고 농담도 하는 그런 성격은 아니라는 점. 장점은 목소리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봤다는 것. 달변가처럼 이야기를 잘 풀지는 못하지만 준비를 해서 전달을 하는 ‘발표’는 대학 때도 잘 했다는 점. 무엇보다 일반인 대상 강사가 아닌 ‘수능’ 강사는 ‘자료 제작 능력’이 중요한데, 특유의 ‘끈질김, 장인 정신’으로, 컨텐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겠다는 점. 그것이 KISS로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고.


 다음 해에는 정말 나는 수능영어 강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또 저는 강의료를 받지 않으며 저가 강의를 이어갔습니다. 다만 그 다음 해부터는 그래도 대치동에서 제대로 승부를 한 번 봤으면 했기에, 처음에는 4회 5만원으로 시작했다가 10만원 정도로 올리고, 보통 단과의 반값 정도로 파이널을 마무리했습니다. 과연 이정도를 받아도 친구들이 내 강의를 들으러 와줄까.. 하는 생각이었고, 다행히도 많은 친구들이 와주었습니다. 그렇게 ‘2년’을 강의료를 거의 받지 않으며 저를 단련했고, 그 다음 해 제대로 강의를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신논현역 할리스’와 ‘교대 찜질방’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 2년을 토, 일요일은 신논현역 할리스에서 거의 밤을 새며 자료를 만들었고 찜질방에서 약간의 수면을 취하고 샤워로 심기일전하고 일요일 수업을 하루종일 했습니다. 약간 변태(?) 기질이 있어서, 나를 이렇게 혹사시키면, 나중에 혹시나 내가 잘 되더라도 부끄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생각납니다. 특히, ‘돈이 없어 현강은 들을 수가 없는데, 이렇게 저렴하게 현강을 열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진심이 담긴 말을 해주었던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나는 나를 위해 했던 것 같은데, 이 친구들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보람 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즘 이런 좋은 일을 덜한 것 같아 많이 반성합니다. 이제 소위 '자금력'이 좀 생긴만큼, 장학생 제도라든지 항상 여러분에게 보답할 수 있는 일들을 구상하고 실현하려 합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오르비를 거쳐간 수많은 선생님들이 생각납니다. 정말 많은 선생님들이 오르비에 오셨다가, 각기 다른 이유로 오셨겠지만, 활동하시다 가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2015,6년 경에 오셔서 지금도 얼굴이 보이는 쌤들이 계시지만,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제가 유일하게 지난 5년 간 ‘누구보다 꾸준히’ 활동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제 지난 5년 간의 글 내역을 보시면 알 수 있겠지요. 누구보다 꾸준히 영어 공부 도움을 주려 했고, KISS 컨텐츠 관련 소통을 해왔으며, 또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지난 5년 간 제가 답변해드린 댓글과(저는 보통 댓글 하나하나 다 달아주는 거 아시죠), 쪽지의 수는 셀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0대 중후반을 오르비에 정말 ‘바쳤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게 5년이 지나고 아직도 오르비에 서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결국 마지막에 서있는 자가 승자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Keep It Slow but Steady, You Win the Race! 제가 조금은, 증명한 것 같습니다.


 분명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매년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가지고 KISS EBS 선별을 했고, 수능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안도의(생존의) 숨을 내쉬는 것을 반복한 것만 올해로 6번째입니다. 불과 올해 초만 해도 신인 강사인데 코로나도 겹치니 인원수가 5명이 안 되어 폐강도 했었습니다. 올 초 어느 대치 학원에서는, 학교 선배 강사인데 제대로 인사를 안 했다는 이유로 면전에서 쌍욕을 먹었습니다. 이새끼. 저새끼. 오르비에는 미래 ‘강사’를 꿈꾸는 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귓동냥으로 들으셨을 것 같지만, 이 바닥이 그리 ‘젠틀 클린’하진 않습니다(사실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어디 바닥은 안 그럴까 싶겠냐만은..). 그리고, 소위 ‘꼰대’라고 부를 수 있는 작자도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케이스는 extreme하기도 하지만, 본인이 ‘어느 정도 급이니 어느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오만함과 거만함으로 점철된 사람들도 많고요. 학원 원장에게 싸바싸바, 정치질도 많고. 일반화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아무래도 경력과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서 많이 보입니다. 내가 이 경력인데, 이 나이인데. 


 이런 측면에서 이 자리를 빌어 이상인 선생님을 참 좋아하고 또 존경합니다. 저보다 나이도 있으시고, 경력도 훨씬 많으신 동일 과목 선생님이신데도 항상 그저 동료 강사로서 저를 대해주시고, 존대해주시고, 존중해주십니다. 이런 분을 만나기가 참 쉽지 않은 곳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하나 약속합니다. 혹여나, 정말 혹여나 제가 소위 좀 더 ‘잘되더라도’, 그 자리에서 후배 강사 분들이나 학원 원장님, 실장님, 그리고 무엇보다 저의 조교, 학생 분들을 항상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할 것을.


 그리고 또 하나 약속합니다. 저도 오르비와 인스타를 하기에, ‘강사’라는 사람에 대한 기준, 판단, 인식이 천차만별인 것을 압니다. 그리고 각 강사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관’도 다 다르고, 이것을 전달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도 다 다르다는 것을. 이것만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정답은 없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만 아니면, 눈 찌푸리는 짓만 안 하면 그저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갈 뿐입니다. 어떤 강사의 가치관이 옳고 그른 것은 없습니다. 다만, 항상 ‘진실’하겠습니다. 또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이 바닥에서 ‘허위, 가식’을 보이는 분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겉으로는 성인군자처럼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허나 속으로는 어떻게 돈 벌까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절대 그러지는 않겠습니다. 항상 '진실, 진심'으로 살겠습니다. 나는 그저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강의와 교재를 제공할테니, 그 과정에서 저로 인해 영어가 좋아졌으면, 잘해졌으면 그걸로 된 것입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저라는 사람에게서 뭔가 다른 것도 배울 게 있다면 금상첨화겠습니다. 저도 항상 여러분에게 ‘배울 수 있는’ 강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 오랜 기간 동안 저와 함께 해주시고 또 밀어주시고, 많은 것을 양보해주고 이해해주신 이광복 대표님, 오르비북스, 대치오르비, 강남오르비, 바나나기차님, 우리 조교들과 학생들을 비롯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중간에 오르비클래스에서 한 번 강의하지 못한 것이 분명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오르비는 참 좋습니다. ‘자유’롭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는 이 자유를 좋아합니다. 자유롭게 제가 활동할 수 있었고, 자유롭게 구상한 것을 기획, 실현할 수 있었으며, 자유롭게 이룰 수 있었습니다. 또 많은 저자, 강사 분들이 이 자유와 잠재력의 땅 오르비에서 빛을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이 잘 되셨으면 좋겠고,

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오르비에서 자주 볼 오르비언,

션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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