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어렵다고? [1탄]
오랜만에 국어 칼럼으로 왔습니다.
15 수능 B형 슈퍼문 지문에 관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특히 2문단을 읽을 때, 독해하기 어려웠지 않았나요? 그리고 2문단의 마지막 문장을 어떻게 처리하셨나요? 대부분 도식화하거나 비례 관계를 체크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그러나,
이 문장은 도식화할 필요도, 체크할 필요도 없습니다.
위 문장은 “동어 반복 문장” 수준으로 다가와야 합니다.
?????
또한 평가원은 2문단을 통해 아래의 행동 영역 중 3가지(형광펜)를 측정했다고 봅니다.
출처: 22학년도 수능 예시 문항 안내 13page
떡밥을 던졌으니, 회수하러 가야죠?
2문단의 첫 문장부터 읽어봅시다.
<<타원은 두 개의 초점이 있고 두 초점으로부터의 거리를 합한 값이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이 정의를 처음 만나면 받아들이기 벅찹니다.
이럴 때는 체크만 하시고, 다음 문장 읽어도 괜찮아요. 다만, 다음 문장을 읽을 때, 정의의 한 요소라도 이어 붙이려고 노력해야겠죠.
다음 문장으로 가봅시다
<두 초점이 가까울수록 원 모양에 가까워진다.>
정의는 소화하기 어려웠는데, 타원의 정의 중 “두 초점”에 포커싱하네? 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첫 문장에서 “두 초점이 있고, 두 초점으로부터 ~ ”라고 했는데, 첫 문장에서 “두 초점이 있고”라는 표현을 빼더라도 정의하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필자는 애초에 첫 문장을 쓸 때부터 타원의 정의 중 “두 초점”에 무게를 둔 거죠.
그런데 이 문장이 정적인가요? 동적인가요?
동영상처럼 그려볼 수 있나요?
제 머릿속엔 아래 그림처럼 떠올랐습니다.
왼쪽 그림을 먼저 보세요.
두 초점이 가까워지다가
완전히 겹치면 어떻게 되나요?
겹쳐진 두 점이 한 점이 되고,
그 점이 원의 중심이 되겠죠?
반대로 오른쪽 그림처럼
원이 중심이 둘로 쪼개어 분리되면서
원에서 타원으로 바뀌어 가죠?
원은 타원보다 친숙한 존재죠? 필자는 타원이 생소하니 "원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라고 한 겁니다. 2번째 문장에서 어떤 능력을 평가했는지 살펴볼까요?
두 번째 문장을 통해 “정보 간의 관계 파악 능력”과 “직접 명시되지 않은 정보의 논리적 추론 능력”을 평가한 겁니다. 위처럼 과학기술 지문을 읽을 때 "기하적 표상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 능력을 활용해 관계를 파악하고, 논리적 추론까지 할 수 있게 됩니다.
아직 떡밥을 회수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다음 문장으로 가봅시다.
<<타원에서 두 초점을 지나는 긴지름을 가리켜 장축이라 하는데, 두 초점 사이의 거리를 장축의 길이로 나눈 값을 이심률이라 한다.>>
장축은 원의 지름에 대응하면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문제는 ‘이심률’이죠.
‘타원의 정의를 읽을 때처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럴 땐, 체크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시죠.
<<두 초점이 가까울수록 이심률은 작아진다.>>
이 문장을 읽고, 필자의 설계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심률이라는 단어는 2번째 문장을 읽고 떠올렸던 그림을 아주 절묘하게 압축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어째서죠? 하실 겁니다.
이심률. 이 단어를 한 글자씩 뜯어보죠.
’률‘은 비율.
’심‘은 중심, 핵심의 심
2번째 문장에서 했던 생각을 바탕으로
’이‘라는 글자의 축자적 의미를 가져오면 됩니다.
이 <= 이별, 이혼, 이륙, 이탈, 괴리, 격리, 거리, 분리할 때의 ’이‘입니다. 두 번째 문장에서 생각했던 ’떨어지다‘, ’떼어놓다‘ 라는 의미를 가져온 거죠. 그래서 이심률은 “이심된 정도를 수치화한 것”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아래 그림을 다시 보세요.
그렇다면, 두 초점은 원의 중심에서 이심된 두 점이죠?
마지막 문장을 다시 봅시다.
<<두 초점이 가까울수록 이심률은 작아진다.>>
두 초점은 이심된 두 점이고, 이런 두 점이 가까워지면 이심된 정도가 줄어드네? 그러면 이심률은 작아지네! 어라? 이 문장은 똑같은 얘기를 하네? 이렇게 되는 겁니다. 정확하게는 장축의 길이도 고려해야 하지만, 국어이기 때문에 필자가 의도한 방향대로 이해하면 그만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능력을 사용했나요?
정확하고 효과적인 어휘 사용 능력입니다.
축자적 의미를 활용해 의미를 엮어내는 능력이 왜 중요한지 아시겠죠? 이런 능력이 없으면, 마지막 문장을 도식화해서 처리할 수밖에 없죠. 이가 부실하니 잇몸으로라도 소화하려고 애쓰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어휘의 축자적 의미를 추출한 다음, 새로운 단어에 적용하고 조합하면서 의미를 창출해 보세요! 이 연습을 수시로 놀이처럼 해보시길 바랍니다. 틀려도 괜찮습니다. 다만 의미를 추론한 다음 꼭 사전에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꾸준히 하면 여러분의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확장될 겁니다. 개인적으로 추론 능력의 시발점은 어휘추론 연습이라고 생각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과학기술 지문이 어렵다면 2탄]]도 곧 나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음 칼럼도 기대해주시길 바라며 "팔로우" 꾸욱~♥
양질의 글을 읽고 효용을 느꼈다면, “좋아요” 눌러주세요! “좋아요”는 앞으로 유익하고 재미난 글을 뽑아내는데 상당한 원동력이 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제가 풀줄 아는 문제 기준(공통) 1~10 16~19 이렇게입니다.. 제가 마음에...
-
갈매기가 응가합니다
-
대전에서 8세 여아 교내에서 흉기 찔려…경찰 "사망추정" 16
30대 여성 돌봄교사도 흉기에 찔려..생명에 지장없어 오늘 오후 3시쯤 대전시 서구...
-
무슨일이에요 8
대충만이라도 알려주실분....
-
지들끼리 인증사진 박제나 하며 낄낄대는 도태한남새끼들은 걍 혀깨물고
-
나도 껴줘…
-
하는 짓에 맞게 오르비언 야리돌림 갤러리 같은거로 만들지
-
내가 182인데 나랑 비슷하거나 나보다 큰 고딩들 왤케 많음
-
글은 누구보다 ㅈ같지만 12
조금도 잘생기지 않았으면 7ㅐ추 ㅋㅋ
-
진짜 좀 많이 찐따같긴 해사실 그냥 커뮤니티만 해도 이게 현실에선 좀 찐따여도?...
-
서운해서운해질투나 친구애인이랑맞짱까고싶어
-
이게 현실에서 표출못해서 글로 하더라 내 레이더가 다 포착함
-
작년 6월까지 인수분해만 할 줄 알았음,정의역치역 뭔지도 모르고 1차함수 재대로...
-
드가자잇
-
엄 준 식
-
고수)캡쳐해서
-
흠냐뇨이
-
얼버기 3
ㅎㅇ
-
매일 1.5~2시간 정도 투자 가능합니다 그리고 설수의 가려면 과탐 둘 다 1컷이라...
-
168/80잉데 돼지 아닌거같은데
-
부우우ㅜㅜ웅 1
끼이ㅣ이ㅣㅣㅣ익
-
프사 바꿈 0
귀여운걸로 바꾸기
-
늘 있는 wwe 1
다음 저격 기대해
-
고수) 오르비 과외에서 여자선생님 클릭
-
맨 앞에 앉은 남자 개거슬림. 옆에 여자한테 자꾸 말 거는데 너 얼굴보고 싶지...
-
은테 이상 고닉 중 비갤에서 적극적으로 저격하는 유저 있으면 소름끼칠듯
-
소..솔직히.. 1
ㅇㅈ사진..캐...캡처..하는건...좃또..헨..헨타이..라고..생..생각해요
-
어렵고 참신하게 하나 나오면 정답률 개 낮을 거 같은데
-
칼럼러학력구경좀해볼까
-
다 싸웠음? 0
ㅇㅇ
-
최적 들으시는분 5
2024수능 준비땐 단권화 노트 스프링 아니였는데 지금은 스프링인가요?
-
그래야 좆인줄앎
-
누군가는 할꺼라 생각하긴 했어 ㅋㅋ
-
에타 가입할려고 했는데 "더 이상 합격자 인증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떠서 학생증...
-
누가 누구보고 뭐라는지 모르겟음 메인은 또 머지
-
현생 지분을 커뮤에 너무 크게 두는 게 아닌지 그래도 속시원한 꿀잼거리 제공해준...
-
나만 모루지ㅠ
-
본인 신상 관련되는 건 안 까는게 좋음
-
꼭 의대가야할 얼굴이라 저장공간을 차지할 가치가 없음
-
반쯤 만들고 느끼는데 이거 작가연계 N제 수준인데... 작품이 겹친 경우는 별로...
-
갤질하면서 못본거같은데
-
. 3
이유는 비밀.
-
저런 병신 한남새끼들이 실존한다니까? 오르비가 사람들이 다 따뜻한 말투 써서 그렇지...
-
똥존나마렵다 3
-
이 노래 괜찮네 3
아님말구
-
쪽지보내야해
-
주유구 열고 들어갑니다아아아아앗
선댓글 후감상
대충 배경지식으로 때려맞췄던 기억이 있는데 잘못 생각했던게 있었네요
선댓 감사합니다 ❤️
배경지식이 있다면, 활용하되 지문이 의도한 방향에 맞춰서 써먹으면 좋습니다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은 사랑입니다 ㅎㅎ
궁금한게 과학지문이 약한 것은 과학지문이 약한게 아니라 독해력자체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제가 법경제 지문에는 강한데
헤겔의 변증법및 과학지문에 보기문제를 지속적으로 틀려 질문드립니다
법 경제 지문이 강하다면, 독해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칼럼에서 과학기술 지문을 읽을 때, 기하적 표상능력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법이나 경제지문을 읽을 때, 생각보다 기하적 표상능력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소재별로 요구되는 능력이 다릅니다. 기본적인 독해력 위에 소재별로 필요한 능력을 추가적으로 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철학 지문은 추상적인 것을 다룹니다. 추상적인 것은 표상하기 쉽지 않고, 순수 지성으로 논리적인 관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어려운 소재가 철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철학이 특별히 어렵다면, 철학 대중서를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