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그늘 아래 서면 [962501] · MS 2020 · 쪽지

2024-10-28 14: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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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힘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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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는 말이 응원과 북돋움엔 어느정도 도움이 되어도

일정 정도를 넘어가면 그것이 얼마나 자신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지

그 사람의 좋은 의도가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지금 자신이 너무 힘들어서 자기밖에 보이지 않을 때라면 얼마나 힘낼수 없는 현실에 더 무기력해지는지.. 알게되더라고요.


애초에 그런 상황이 아니기에 쉽게 나올 수 있는 말, 자신조차도 그렇게 행할 수 없는 말, 그런 힘든 과거의 스스로에게조차 나중에서야 그때의 고통을 잊으면 나오는 말들 중 일부가 힘내라, 이겨내라, 잘될거다. 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저 역시 타인에게든 스스로에게든 발화의 의도는 이겨내길 바라고 잘되길 바라는 것이겠지만 그것을 어느샌가부턴 표출하지 않게 되더군요. 


그냥 힘들면 힘든대로 풀썩 쓰러져도 보고, 불안하면 불안한대로 허둥지둥도 해보고, 우울하면 우울한대로 울어도 보고, 그러다 갑자기 희망이 오면 활발해졌다가 다시 찾아오는 절망에 좌절도 해보고.. 

그런 과정에 충실하다보면 결국엔 한가지 결론으로 다다르더군요. 그것은 자신만의 것이기에 누가 말해준다고 해서 얻어지지도 않고 사실 오히려 그것을 얻으려고 해도 얻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자신에게 솔직하여 진정한 일체가 되는 순간이면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간단하게 말하면 자신을 사랑하라겠지만, 그걸 어떻게 직접 의도해서 할까요. 오히려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에 납득이 안간다면 왜 사랑해야하야하는지 의문을 남기고 힘내라는 말에 힘이 나지 않는다면 의문을 남기고 그런 과정들이 모이는 것, 그리고 계속에서 여전히 과정인 것이 삶인 것 같습니다.


수능도 얼마 남지 않아서 여러 감정이 교차할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삼수생으로 불안정한 나날이지만, 이렇게라도 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로 어떤 조그마한 인상이 여러분들의 삶의 과정에 남겨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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