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annnn [521172] · MS 2014 · 쪽지

2015-01-03 14:42:44
조회수 661

이번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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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담의 차이  (봉윤숙)

우리의 이야기는 지붕 속에서 산다 

지붕을 가지고 있는 벽과 지붕이 없는 담 안엔

사슴벌레 달팽이 사금파리 장지뱀 등 여러 종류가 산다

벽은 못, 시렁 아버지의 맥고모자 

달력의 날짜로 불리기도 한다 

드나들거나 넘을 수 있는 높이의 담은 

그림자와 낙서의 한 영역이다

벽은 문 없는 간극과 문의 사고가 가끔 어긋나기도 하지만 

옷들은 그 사이에서 잘 기대어 무늬를 새긴다

담을 넘어간 소리는 키 큰 소문이 되고 

담 밖에 있던 사람이 훗날 

벽의 못에 걸리기도 한다

담은 올록볼록한 퍼즐 같다 퍼즐을 맞추려 틈새의 흐름을 허용한다 그 사이로 번식하고 바람이 드나들며 물길도 흐른다 구멍이 없어 마음, 다만 낙서로 대신하는 일들이 있고 수직의 소문들이 넓다

커다란 순록을 보면 따뜻한 벽이 생각난다 

그들은 스스로 진화된 지붕을 가지고 있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뿔로 계절은 완성되고 빨강은 절판된다

숲은 담이다 

나무들은 지붕이 없으므로 흔들린다

이야기가 없을 때는 

흔들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제일 중요한 제목을 빼먹었네요 ..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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